Showing Posts From
지금
- 10 Dec, 2025
대학 동기는 지금 SI로 칼퇴, 나는 여전히 야근
대학 동기는 지금 SI로 칼퇴, 나는 여전히 야근 토요일 오후 2시, 단톡방 토요일 오후 2시. 회사 책상에 앉아 있다. 보드에 프로브 연결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대학 동기 단톡방이다. "오늘 홍대 ㄱ?" "ㅇㅇ 6시" "나도 ㄱㄱ" 30초 만에 약속이 잡혔다. 나는 답장 안 했다. 못 한다. 오늘 양산 샘플 테스트해야 한다. 월요일 미팅 전까지.6년 전, 우리는 같은 전자과였다 2019년 졸업할 때만 해도. 우리 5명은 다 비슷한 회사 지원했다. 전자과 나왔으니까. 펌웨어든 하드웨어든 그쪽으로. 민수는 대기업 펌웨어 갔다. 나도 중견 전자회사 펌웨어로. 재훈이는 SI 회사 임베디드팀. 승호는 하드웨어 설계. 지환이만 웹으로 전향했다. 코딩 부트캠프 6개월. 그때는 지환이가 제일 불안해 보였다. "전공도 아닌데 괜찮을까?" 우리가 오히려 걱정했다. 6년 지났다. 지환이 연봉이 제일 높다. 8천 중반. 작년 송년회에서 들은 이야기 작년 12월. 오랜만에 5명 다 모였다. 재훈이가 말했다. "나 이직했어. SI 웹 마이그레이션 팀으로." 임베디드에서 웹으로 넘어간 거다. C 던지고 JavaScript 잡았다. "왜?" "칼퇴하고 싶어서." 이유가 명확했다. SI 임베디드는 납품 전에 죽어난다. 현장 투입되면 한 달 숙식. 그런데 웹 쪽은 다르다고 했다. "프로젝트 일정은 빡빡한데, 그래도 6시 반이면 퇴근해." "야근? 배포 전에 일주일 정도?" "주말? 거의 안 나가." 나는 술 마시면서 계산했다. 나는 작년에 주말 출근 23일. 평일 야근은 세지도 않았다."넌 아직 펌웨어?" 만날 때마다 듣는다. 이 질문. "너 아직 펌웨어 해?" 악의는 없다. 그냥 궁금한 거다. 근데 자꾸 들으면 기분이 묘하다. '아직'이라는 단어가 걸린다. 마치 내가 뭔가 선택을 잘못한 것처럼. 아직도 거기 있냐는 뉘앙스. 민수는 작년에 웹으로 옮겼다. 대기업 펌웨어 5년 하다가. 같은 회사 웹 서비스팀으로. "연봉은 비슷한데, 삶의 질이 달라." 민수가 말했다. "펌웨어 할 때는 양산 때마다 속 터졌잖아." "지금은 배포 잘못해도 롤백하면 돼." "핫픽스 올리면 끝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양산 나가면 끝이다. 펌웨어는. 리콜 한 번 나면 억 단위다. 그 부담감을 민수도 알았다. 승호는 여전히 하드웨어 승호만 여전하다. 하드웨어 설계. 얘는 정말 좋아한다. 회로 그리는 걸. "나는 코딩은 못 하겠어." 승호 말이다. "PCB 뽑혀서 오는 거 보면 좋거든." "내가 그린 회로가 실물로." 이해한다. 나도 펌웨어 처음 시작할 때 그랬다. 내가 짠 코드로 LED 켜지는 거 보면. 신기했다. 근데 5년 지나니까. 그 신기함이 좀 희석됐다. LED 켜지는 거야 이제 당연하고. 문제는 양산성, 안정성, 전력 소모. 하드웨어 이슈 만나면. 팀 싸움 난다. "이거 펌웨어에서 처리 못 해요?" "회로 수정하면 단가 올라가는데." 양산 일정은 코앞이고. 승호는 그래도 행복해 보인다. 연봉은 우리랑 비슷한데. 야근은 나보다 덜 한다. PCB 수정은 외주 맡기면 끝이니까. 펌웨어처럼 밤새서 코드 뜯을 일은 없다.지환이는 이제 다른 세계 지환이 만나면 대화가 안 통한다. 쓰는 언어가 다르다. "요즘 TypeScript 마이그레이션 중이야." "React 18 올리면서 Suspense 적용하고." "CI/CD 파이프라인 Jenkins에서 GitHub Actions로." 나는 끄덕이면서 듣는다. 근데 실제로는 반도 모른다. 지환이도 내 이야기 들으면 그럴 것이다. "RTOS 태스크 우선순위 꼬여서." "SPI 통신 타이밍 이슈로 파형 봤는데." "DMA 버퍼 오버플로우 나더라." 6년 전에는 같은 전자회로 배웠는데. 이제는 완전히 다른 분야다. 지환이 연봉은 8500이다. 나는 5800. 야근 수당 포함하면 6500 정도. 시급으로 계산하면. 나는 더 낮을 수도 있다. 작년에 야근 시간 계산해봤다. 한 달 평균 80시간. 80시간이면 일주일치다. 한 달에 5주 일하는 셈이다. 재훈이의 SI 웹팀 이야기 재훈이 만났을 때 물어봤다. "SI 웹으로 가니까 어때?" "일은 빡세." 재훈이가 말했다. "프로젝트 데드라인은 촉박하고." "클라이언트 요구사항은 매일 바뀌고." "그래도 야근은 덜 해." 이유를 들어보니 이랬다. 웹은 개발 환경이 좋다. 로컬에서 바로 테스트 가능. 배포도 버튼 하나. 문제 생기면 로그 보면 된다. 콘솔 찍으면 바로 보인다. 펌웨어는 다르다. 보드에 올려야 한다. UART 연결하고 시리얼 모니터 켜고. printf 찍어도 타이밍 놓치면 안 보인다. 하드웨어 문제면. 오실로스코프 들고 파형 봐야 한다. 재훈이 말이다. "펌웨어 할 때는 하루 종일 보드 한 개만 봤잖아." "지금은 하루에 기능 3개는 만들어." 생산성이 다르다는 얘기다. 그래서 같은 SI인데. 웹 쪽이 야근이 덜하다. 물론 배포 전에는 죽어난다. 근데 펌웨어는 양산 전에 죽어나고. 양산 후에도 불안하다. 필드에서 문제 터지면. 그게 진짜 지옥이다. 내가 펌웨어를 계속하는 이유 솔직히 나도 생각해봤다. 웹으로 갈까. 민수처럼 사내 이동. 재훈이처럼 SI 웹팀. 아니면 아예 스타트업 백엔드. C 할 줄 알면 다른 언어는 쉽다고 한다. JavaScript, Python 같은 거. 근데 나는 안 옮겼다. 이유가 있다. 첫째, 나는 하드웨어가 좋다. 코드가 물리적으로 뭔가 움직이는 게 좋다. 웹은 화면에서만 움직인다. 데이터가 오고 가고. 물론 그것도 중요하다. 근데 나는. LED 깜빡이고. 모터 돌아가고. 센서 값 읽히는 게. 그게 더 와닿는다. 둘째, 희소성. 펌웨어 할 줄 아는 사람이 적다. 웹 개발자는 많다. 부트캠프 6개월이면 취업한다. 물론 실력은 천차만별이지만. 펌웨어는 그게 안 된다. 전공 지식 필요하다. 전자회로, 디지털 논리, 아날로그 신호. MCU 구조, 메모리 맵, 레지스터. 진입장벽이 높다. 그래서 경쟁자가 적다. 10년 후에도. 펌웨어 개발자는 필요할 것이다. IoT, 자율주행, 로봇. 다 펌웨어 필요하다. 셋째, 나는 아직 배울 게 많다. 5년 했는데도. MCU마다 특성이 다르다. STM32 하다가 ESP32 하면 새롭다. nRF52 블루투스는 또 다르다. RTOS도 FreeRTOS, Zephyr, 다 다르다. 최적화는 끝이 없다. 전력 1mA 줄이는 게 양산에서는 큰 차이다. 이런 거 파고들면 재미있다. 웹에서는 못 느끼는 재미. 그래도 가끔은 그래도 가끔은 부럽다. 지환이 보면. "오늘 6시에 퇴근했어." "헬스장 갔다 왔어." "주말에 제주도 다녀왔어." 나는. "오늘 10시에 퇴근했어." "집 가서 씻고 잤어." "주말에 회사 나왔어." 라이프스타일이 다르다. 민수는 웹으로 옮기고 여자친구 사귀었다. 시간이 생기니까. 나는 작년에 헤어졌다. 야근 때문에. "너 맨날 일하잖아." 그 말이 마지막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연봉도 차이 난다. 지환이는 8500. 나는 6500. 2000 차이. 한 달에 160만원. 야근 시간 생각하면. 시급은 더 차이 난다. 그래도 나는 여기 있다. 펌웨어 팀에. 선택의 문제 결국 선택이다. 뭐가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지환이는 웹이 맞았다. 돈도 벌고 시간도 생기고. 민수는 웹으로 가서 만족한다. 삶의 질이 올라갔다고. 재훈이도 SI 웹으로 옮겨서 행복하다. 칼퇴할 수 있어서. 승호는 하드웨어가 천직이다. 회로 그리는 게 좋아서. 나는 펌웨어가 맞는다. 지금은. 야근 많고. 연봉 낮고. 주말 출근하고. 그래도. 어제 밤 2시까지 디버깅하다가. 문제 원인 찾았다. SPI 클럭 타이밍이 3ns 어긋났던 거였다. 오실로스코프로 파형 보고 찾았다. 그 순간. '이거다' 싶었다. 이런 쾌감은. 웹에서는 못 느낀다. 물론 웹도 디버깅 쾌감 있을 것이다. 근데 나는 이게 더 좋다. 하드웨어랑 씨름하는 것. 물리적 신호 보는 것. 3.3V 로직 레벨에서 싸우는 것. 10년 후의 나 10년 후에도 펌웨어 할까. 모르겠다. 어쩌면 웹으로 갈 수도 있다. 백엔드나 DevOps 쪽으로. C 오래 하면 시스템 프로그래밍도 할 수 있다. 리눅스 커널이나 드라이버 쪽. 아니면 계속 펌웨어 하면서. 시니어 되고 아키텍트 되고. 그것도 괜찮다. 지금 팀장님은 15년차다. 연봉 1억 넘는다. 야근은 우리보다 적게 한다. 의사결정만 하고. 실제 코딩은 우리가 한다. 그 자리까지 10년 걸린다. 나는 5년 했으니 반. 5년 더 하면 거기 갈 수 있을까. 그때도 펌웨어 하고 있을까. 지금은 지금은 토요일 오후 5시. 여전히 회사다. 동기들 단톡방 봤다. 사진 올라왔다. 홍대 어느 카페. "여기 케이크 JMT" "펌웨어 너도 올래?" 올 수 없다. 아직 파형 보고 있다.다음 주 월요일, 미팅 때 보고할 자료는 만들어진다. 그리고 나는 또 야근한다. 동기들은 칼퇴하겠지.